
아이는 과거의 어떤 날에서 떠나지 못한다.
이것은 어떤 믿음일까, 욕망일까,
[만약 실재라는 것이 사전이 정의하듯 작용하고, 어떤 결과들을 낳는 것이라면, 이 여자아이는 내가 아니지만 내 안에서는 실재다. 일종의 실재하는 현존.]
[그녀는 일정한 '나'를 갖고 있지 못하다. 그저 한 권의 책에서 다른 책으로 흘러가는 여럿의 '나'를 가질 뿐이다.]
[그 시절의 여자아이가 자신이 속한 계층의 언어가 지닌 난폭함과 단조로움을—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넘어 자신의 존재를 이상적으로 그려 보이는 말로, 대리자를 내세워서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바로 그곳이다.]
[100페이지 가 좀 넘는 책을 읽는 두어 시간 동안 젊은 날의 여름이 지닌 어마어마한 너비와 폭을 체감할 수 있게끔 만들기 위해.]
[나는 어떤 여자가 50년도 더 되었고 자신의 기억으로 뭔가 새로운 걸 덧칠할 수도 없는 오래된 장면들을 회상 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기억이 지식의 한 형태라는 믿음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믿음일까? 그리고 수많은 명사와 동사, 형용사들 중에서 현실에 가 능한 한 가장 가까이 도달했다는 확신—허상—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찾으려는 이 집요함 속에 있는—이해하고자 하는 것을 초월하는—이 욕망은 대체 어떤 욕망일까?]
[하지만 그것이 단 하나일지라도 심리학이나 사회학 적인 어떤 설명으로 환원될 수 없는 것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글을 쓰는 게 무슨 소용인가. 선입견에 근거한 생각이나 논증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야기로써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인 무언가, 펼쳐진 이야기의 접혀 있던 모서리에서 흘러나오고, 앞으로 벌어질, 그리고 이미 저질러버린 일을 이해하는데—견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무언가를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존재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기서사가 추구하는, 지배적인 진실을 드러내는 과정에는 언제나 이런 점들이 빠져 있다. 경험하는 순간 경험한 것에 대한 우리의 몰이해. 모든 문장, 모든 단어에 구멍을 뚫어야만 하는 현재의 불투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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