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무섭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바른 미래는 그릴 수 없었고, 모든 미래는 무서울 것 같았고 그래서 어떤 미래도 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언제나 한가한 김해공항, 바다전망이었던 적 없는 해운대 토요코인, 영도 해안길 끝의 태종대, 담장밖 동네와는 다른 세상인 듯한 시민공원, 기운없는 거인상이 버티고 있는 다대포, 자정 무렵 영화의 전당, 그녀에게 전화를 하려다 수화기를 놓았던 혹은 아주 잠깐 통화를 했던 공중전화박스가 있는 송도, 안 들르면 서운한 광안리와 남포동, 먹고 자고 맞고 때리던 꿈을 아직도 꾸는 옛사상경찰서, 언제나 울적한 노포동 버스터미널에 있는 미래를 기억했고 그러다보면 미래를 기억이 되게 살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와야 할 것들에 몰두하고 사람들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고자 하는 이들은 와야 할 것이라 믿는 것들을 이미 연습을 통해 살고 있을 것이라고. 어떤 시간들은 뭉쳐지고 합해지고 늘어나고 누워 있고 미래는 꼭 다음에 일어날 것이 아니고 과거는 꼭 지난 시간은 아니에요.]
[미래를 살고 와야 할 것을 살아낸다면 미래를 기억이 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을 미래를 기억이 되도록 살아가고 있을 때 어느 날 그것이 보인다면 그럼에도 그것은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미래로 우리 앞에 벌어지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