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마무리 못한 독서수업
[사람은 무언가를 들을 때, 심혈을 쏟지 않더 라도 자신이 가진 지성과 가치관을 자연스레 동원합니다. 더 하여 귀까지 기울인다면, 사소한 낱말의 한 음운에 묻은 얼룩 을 눈치채고 암시의 질감과 상징의 양감을 파악하게도 됩니 다. 이 아가씨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읽기에 앞서 말하기인지도 몰랐습니다. 말하기에 필요한 것은 일차로 청자의 존재이 고요. 말하기와 듣기, 쓰기와 읽기란 비록 그것으로 인해 변하 는 실재가 없음은 물론 그것이 거쳐가는 길이 모순의 흙과 불 화의 초목으로 닦이고 마침내 도달하는 자리에 결핍과 공허만 남아 영원한 교착상태를 이룬다 한들, 그 행위가 한때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의 영혼이 완전히 부서져버리지 않도록 거드는 법입니다. 언어의 본질과 역할을 두고 명멸하는 무수한 스펙트럼 가운데 그것만큼 괜찮은 구실이 또 있는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