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는 했는데

에뷔테른느 2026. 4. 26. 08:13

당신은 정관사가 필요하다.
개와 걔도 정관사가 필요하다.
자살해도 정관사가 필요하다.
가장 적확한, 초라하지도 모자라지도 배신하지도 않는 정관사를 찾아야 한다. 모든 특성의 총합인, 그런 정관사를 찾아야 한다.

[나는 삶과 죽음과 우정과 사랑 따위의 명사들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만 알고 있는 건 아는 게 아니었어, 실은 전혀 모르고 있는 거였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워진 머릿속은 더러운 백지처럼 되었고, 그 위에는 무엇을 쓰더라도 더럽게 얼룩질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야 해, 어린애는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삶은 죄 아니면 무죄였어, 죄가 없는 드문 자리에 무죄가 있었지, 대부분은 죄로 잠식되어 있었다.]

[나와 누군가를 한데 묶어 우리라고 부르지 않으려면 어떤 대명사가 필요한가?]

[어떤 생각들은 이중의 부정을 필요로 했다.]

[걔의 이름은 내가 지금까지 느슨하거나 나른하거나 강렬하거나 무기력하게 경험해온 모든 사람과 유사한 감정들의 총합 혹은 그 이상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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