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좋은 것을 배우고, 더 좋은 것을 읽고, 더 좋은 사유를 하기만 하면 더 나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었지만 세상은 반복해서 이 믿음을 틀린 것으로 만들고 있다.
지금은 무려 21세기인데.
국가적 이익, 허용, 오만, 편견, 절망을 비롯한 삶이라는 선택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은 잊기로 한다. 인간 중심의 윤리, 정체성, 의미 체계의 거대한 기초가 되어주는, 동료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들과 맺은 우리의 관계들을 기억한다.
빈약하지만 휴머니즘이라는 돛단배를 믿기로 한다
[안티휴머니즘은 우리가 허세를 부리거나 안주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워 주며, 우리 안의 나약하고 흉악한 면에 대해 사실주의적 시각을 제공한다. 어수룩하게 있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와 동료 인간이 언제든 어리석은 짓이나 악한 짓을 할 수 있음을 대비 하게 만든다. 휴머니즘이 끊임없이 자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도록 만든다.
한편 휴머니즘은 지상이든 천상이든 이상향에 대한 춘몽에 빠져 실제 세상에 놓인 과제를 등한시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극단 주의자들의 중독성 있는 약속에 저항할 수 있게 돕고, 우리 자신의 결함에 지나치게 집착해 좌절에 빠지는 것을 막는다. 모든 문제를 하느님이나 인간 생리, 혹은 역사적 불가피성에 돌리며 패배주의에 젖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책임질 의무가 인간 자신에게 있음을 일깨우고 지상의 난관과 공동의 안녕에 관심을 돌릴 것을 촉구한다.]
["학교에 속아 그곳이 세상의 축소판이라고 믿었다는 사실이 가장 불쾌했다. 세상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즐겁고 상냥한 곳인지, 그리고 이해할 수 있는 곳인지 깨닫기 힘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
[인류는 악, 거짓, 폭력의 궁극적 승리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것들을 결코 견딜 수 없습니다. 히틀러의 승리에서 비롯된 세계는 보편적 예속의 세계일 뿐만 아니라 완전한 냉소주의의 세계, 인간 이 더 높은,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절대 불가능해지는 세계입니다. 악에 속하고 악에 복종하는 세계입니다. 그런 세계는 없습니다. 허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정신과 선의가 처참하게 꺾인 히틀러 세상에 대한 인류의 반란이야말로 모든 필연 중의 필연 입니다. _토마스 만]
[자유롭고 행복한 인간의 세상으로 가는 길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먼 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지만 그런 세상이 가능하고 그런 세상을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삶이 가치 있다는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개인과 사회에 대한 바람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개인적으로는 고귀한 것, 아름다운 것, 상냥한 것을 돌볼 수 있기를, 풍파가 심할 때는 순간의 통찰로부터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사회적으로는 개인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고 혐오와 탐욕과 질시가 굶주려 죽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기를 바랐다. 내가 믿는 것은 이런 것들이고 세상은 그 모든 참혹에도 나를 흔들어놓지 못했다._레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