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는 했는데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에뷔테른느 2026. 1. 12. 13:47

그럼 인공지능이 몸을 가졌을 때 우리의 읽기-쓰기-행동하기를 어떻게 바꿀까


[이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단어가 어떤 패턴으로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면 개별 단어들의 의미를 알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언어학에서 힌트를 얻은 것입니다. 코퍼스 언어학의 기틀을 마련한 언어학자 존 싱클레어는 “함께 나오는 단어를 보면 그 단어를 알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배’의 의미는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소화’나 ‘아프다’가 나오는지 ‘사과’나 ‘농사’가 나오는지를 보고 알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인간의 시간 경험은 ①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의 시간 및 ②공동체가 축적해 온 문화적 시간과 교류하는 ③각자의 생애사를 통과한 몸의 시간을 경유하여 이루어집니다. 이에 비해 기계는 질적으로 다른 시간을 ‘경험’합니다. 모델의 복잡도·연산의 성격·하드웨어 인프라·데이터 세트의 크기·최적화 방법 등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지만 초소규모 인공지능 모델의 경우 몇 초, 대규모 모델의 경우 최대 몇 주 정도의 시간을 통해 탄생됩니다. 이후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업데이트를 통해 ‘성장’하고 ‘진화’하지요.]

[그렇기에 현재의 거대언어모델이 학습하는 것은 인간의 언어 경험 즉, 시간·공간·관계·주변 환경과 물건·온도·조명·소음·음악·상대의 표정·말하는 사람 간의 거리·제스처·몸의 자세·이동·목소리의 질감과 크기·말의 속도·키나 덩치 등 대화 참여자의 신체적 특성 등을 포함하는 상호작용의 총체와는 거리가 매우 멉니다. 이런 한계는 멀티모달 모델에 의해 조금씩 극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모델이 학습하는 데이터 또한 오감과 시공간에 대한 감각·신체 내부에 대한 감각·주관적인 느낌 등 인간 경험의 총체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일부 기술자본 엘리트가 말하는 21세기 최고의 기술혁신은 감정노동의 외주화에 의해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기계가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도록 하려고 노동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은 단어를 행렬로 바꾸어 복잡한 과업을 순식간에 해결합니다. 거대언어모델은 분명 언어를 생성하지만 그 뒤에 존재하는 것은 수학적이고 통계적인 연산뿐입니다. 인간의 단어 사용은 벡터를 조합하여 효율적으로 표현될 수 있지만 인간의 언어처리와 인공지능의 언어처리는 서로 다른 차원에 자리합니다. 사람들이 특정한 단어를 쓸 때·추상어나 개념어를 쓸 때·반의어를 제시할 때 우리는 벡터의 공간이 아닌 삶의 시공간에 존재합니다. 우리 삶의 궤적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기억과 지식 및 경험의 공간 안에서 말하고 씁니다.]

[즉 언어는 언어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험의 총체 중에서 해당 언어에 조응하는 부분들을 가져와 순식간에 모아 내는 과정에서 의미를 산출합니다. 언어를 기반으로 뇌가 경험을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구성되는 것이죠.]

'읽기는 했는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주의 인사  (0) 2026.01.13
마릴린 프라이_현실의 정치학 중에서  (0) 2026.01.12
어두운 숲  (0) 2026.01.10
작가의 빌라  (0) 2026.01.06
외로우면 종말  (0) 2026.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