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는 했는데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에뷔테른느 2026. 5. 4. 00:15

낯선 나라의 해변 × 맨발 바닥에 느껴지는 뜨거운 모래알
_어느 멋진 날

평일 오후의 근린공원 × 혀가 엉키고 치아가 맞부딪칠 때의 감각
_우리, 키스할까?

기분 좋게 서늘한 공항 × 적의로 가득한 추례한 노인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
_완벽한 휴가

사방이 어둡고 차가운 방 × 거머쥘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는 잠
_그 새벽의 온기

봄날의 동물원에 × 딸기와 설탕에 재워진 토마토
_봄날의 동물원

온기 서린 포장마차 × 긴 꼬챙이에 가지런히 꽂힌 어묵
_누구에게나 필요한 비치 타올

다음 도쿄 × 수명을 다하기 직전에 형광등
_어떤 끝

이름마저 파리인 파리 × 미세한 파동과 숨결과 몸짓 같은 것들
_비포 선라이즈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영화관 × 70도 식힌 물에 일분 삼십초를 우려낸 녹차
_언제나 해피엔딩

어딘가 낯선 언어의 공항 × 항상 그렇게 시작되는 여행
_여행의 시작

한낮인데도 어두운 도시 × 그 나이에 허락된 무책임과 자유
_오직 눈 감을 때

창문으로 한 줌의 빛이 들이치는 방 × 들불처럼 번져 나가는 희망
_참담한 빛

사람들은 예외 없이 누구나 똑같은 방식으로 죽어간다. ×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딘가로 사라진다
_아무 일도 없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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