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는 했는데

내 어머니의 자서전

에뷔테른느 2026. 3. 21. 02:24

the art and agono graphy of grand author.


[내가 그것을 알게 된 때는 인생의 중반, 내가 더는 젊지 않으며 넘치게 갖고 있던 어떤 것들은 줄어들고 거의 갖고 있지 않던 것들이 늘어났음을 깨달았을 때였다.]

[그들이 관찰하는 아버지의 자아란 그가 스스로를 위해 제작한 한 벌의 옷과 같았으며, 너무 오래도록 입고 있던 까닭에 결국 그것을 벗을 수 없게 되었고, 진정한 그의 모습을 완전히 덮어 버렸다.]

[어떤 인간을 유아기부터 관찰하며 누군가가 존재로 피어나는 과정을 보는 것, 마치 새로운 꽃봉오리가 처음에는 꽃 잎 한 장씩 서로 포개져 단단히 말려 있다가 자연스레 느슨해지고 풀어지면서 꽃을 피우는 듯한, 그 개화의 생애는 지켜보기에 경탄할 만한 광경임이 틀림없다. 눈에, 입가에 경험이 축적되는 것, 무겁게 내리눌린 눈썹, 마음과 영혼의 무게. 허리와 가슴에 실팍하게 차오르는 살, 나이를 먹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인생의 신중함으로 느릿해지는 발걸음 — 모두가 관찰하기에 놀라운, 지켜보기에 경이로운 광경이리라. 관찰하는 이, 지켜보는 이의 즐거움은 양쪽, 즉 관찰당하는 이와 관찰하는 이, 지켜보아지는 이와 지켜보는 이 사이의 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 자리하며, 이 보이지 않는 흐름 없이는 어떤 생도 완전하지 않고, 어떤 생도 진정으로 온전하지 않다고 나는 믿는다. 이 흐름은 여러 면에서 사랑의 정의이 기도 하다.]

[죽음은 모든 불가피함이 중의 불가피함, 모든 불확실함 속 유일한 확실함이다.]

[무엇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느냐는 질문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안전하게 자기 손아귀에 들어 있을 때 그가 던지는 질문이다. 너무나 단단히 손아귀에 들어 있으므로 그는 이따금 거기서 눈을 뗄 수 있고, 그것을 비난할 수 있고, 자기에게서 거둬 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자신이 잉태된 순간과 태어난 날을 저주할 수 있다. 그리고 밤에 잠자리에 들었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그에게 보이는 모든 것은 그대로 단단히 손아귀에 들어 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무엇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가? 라고 물을 수 있고, 곧 답을 얻을 것이며 그 답은 방대하리라. 각자 서로 다른 많은 답들과, 서로 똑같은 많은 사람들이 있다.]

[당신은 여자가 되고, 성인이 된다. 충분한 증거에 반하여, 스스로의 판단에 반하여, 당신은 세상사의 불변성에, 그 일상성에 믿음을 건다. 어느 날 당신은 문을 열고 마당으로 걸음을 내딛지만, 거기에 바닥은 없고 당신은 밑도, 벽도, 색도 없는 구멍 속으로 떨어진다. 바닥에 난 구멍의 미스터리는 당신에게 주어진 추락의 미스터리로 바뀐다. 영원히 떨어지고 떨어지는 데에 막 익숙해졌을 무렵, 당신은 멈춘다. 그리고 그 멈춤은 또 하나의 미스터리인데, 애초에 왜 떨어졌는지 답이 없는 만큼이나 왜 멈췄는지에 대해서도 답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누구인가는 누구도, 당신조차 답할 수 없 는 미스터리이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나는 정복당한 자들에 속하고, 패배당한 자들에 속한다. 과거는 고정된 점이며, 미래는 열려 있다. 내게 미래는 과거에 빛을 비출 수 있는 상태로 남아 있어야 한다. 내 패배 속에 내 위대한 승리의 씨앗이 들어 있고, 내 패배 속에 내 큰 복수의 시작이 들어 있도록. 내 충동은 선에 대한 충동이 고, 내 선은 스스로를 위한 것이다. 나는 족속(people)이 아니고, 국가(nation)도 아니다. 다만 나는 내 행동들이 한 족 속의 행동들이 되기를, 내 행동들이 한 국가의 행동들이 되기를 이따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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