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을 우습게 여기며 타인과 현실 위에 군림하려는 이른바 '퀴어병'에 걸린 소설가의 쓰레기 같은 착시.
그 착시를 품고 자상한 사람, 남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는 사람, 폭력을 미워하는 사람, 그 미움이 불변의 신념이 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그들은 사랑한다고 말하며 감정의 크기를 과시했지만, 그 자신만만한 열정은 여름 재킷 한 벌의 무게조차 감당 하지 못했어. 그들이 고통받는 이유는 사랑 때문이 아니라 기대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자신의 욕심 때문이었고, 제 뜻대로 쥐고 휘두를 수 없는 사랑은 기한이 다한 물건처럼 손에서 놓아버렸어. 사랑을 대하는 그 피상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는 사랑의 가치를 절하시키는 것으로 편리하게 끝났지. 세상에 진정한 사랑 따윈 없으며 사랑을 위한 헌신은 어리숙한 이들을 홀리는 미끼일 뿐이라고.]
['왜' 와 '어떻게'라는 의문이 교묘하게 삭제되고 은폐된 채 대한민국이란 국가 공동체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며 와르르 취해 가던 시대였다.]
[을주는 이제껏 누군가에게 이런 요구를 해본 적이 없었다. 부모에게도, 가까웠던 친구에게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니 그간 자신이 내보인 당찬 태도는 그만큼 내면이 연약하다는 방증인 것 같았다. 제대로 자라기도 전에 늙어버린 아이처럼, 자신의 과한 넉살과 예의범절은 지나친 사회화의 부작용인지도 몰랐다. 을주는 누가 공격하기도 전에 가슴을 풀어헤치며 약점을 폭로했을 뿐, 인정받고 싶다는 자신의 진짜 감정은 꼭꼭 숨겨뒀다. 불시에 뻗어 나온 불행의 칼날을 피하기에 급급해서 불운이 난도질하는 자신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투명하게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을주는 그 모든 일을 '불운'이라 여겼다. 자신의 손과 가족의 사고 그리고 성적 지향성까지, 음주는 무작위로 섞은 카드에서 모두가 원하는 에이스나 다이아몬드 대신 우중충한 클로버를 뽑은 것처럼 우연의 갈림길에서 자신은 늘 불운하다고 체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