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는 했는데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에뷔테른느 2025. 11. 3. 20:01

'빛이 안 나도 괜찮아. 하지만 따뜻해야 해'
이런 말을 건네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인간의 삶은 자연의 시간과 다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감각을 품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포기하는 것. 생명의 유한함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들은 서로를 그리고 남은 사람들을 돌보기 시작한다.'
이런 품위를 갖춘 어른이 되고 싶었다.

다시 배우면 될 수 있을까,


[언제나 느끼지만 종이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종이 위에 뭔가를 적는 순간 종이는 다른 것이 된다. 글이 적힌 종이는 두 가지 시간을 살게 한다. 하나는 과거, 하나는 미래. 나는 그처럼 출판할 목적이 아니라 혹은 좋아요 버튼이 목적이 아니라 서랍 속에 고이 넣어둘 글을 쓰는 사람에게 애정이 있다. 돈과 시선과 관계되지 않은 자기만의 창조적인 일을 해 보는 것 자체가 자율적인 인간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쓰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표현할 단어를 모색하게 된다. 오늘 있었던 일을, 감정의 복잡함을 어떤 단어로 표현할지 자기가 결정한다. 어떤 문장으로 끝맺을지도 자신이 결정한다. 내적인 자유다. ······삶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하라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한 우리는 쓰면서 어렴풋하게, 그래 바로 이거야 혹은 이것인가 봐 같은 자기 만의 해답 비슷한 것을 '감 잡을 때'가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찾아낸 해결책이 좋은 것이면, 그것이 올 바른 것이었음이 밝혀질 날을 기다린다. 그렇게 종이 위에 쓴 것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그 파편 너머, 삶이 어때야 하는지를 상상하지 못하면 우리는 계속 폐허만을 보게 되리라는 경고처럼.]

[세월호라는 단어는 아직도 내 가슴에 너무나 생생하 다. 나에게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세월호라고 말하는 순간 거의 모든 사람의 시간이 잠시 멈춘다.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이미 우리 가슴은 지금 여기가 아니라 어딘가 로 떠난다. 거의 모든 사람의 눈에 작은 눈물이 맺힌다. 그냥 그 단어만 말해도 그렇다. 시간은 흐르고 많은 것은 잊히는데 왜 이 이야기는 우리를 멈춰 세우는가? 이 이야기에는 뭐가 있는가?]

[세월호라는 단어는 우리 모두의 현실을 바꿔줄 수 있는 힘을 가진 단어다. 이 단어 앞에서 슬퍼하고 고통받는 능력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삶에는 함부로 파괴해서는 안 되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명에는 귀하게 여겨야 할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슬픈 마음과 현실을 연결시킬 때 변화는 가능하다. 우리는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능력을 거의 바닥까지 상실한 듯이 살고 있지만, 과거에서 배우는 능력 또한 잃은 듯이 살고 있지만, 시간 속의 존재임을 잊고 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스스로를 시간의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우리 인간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계획하면서만 질서를 잡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기 시작하면 우리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것이 보인다. 한번 일어난 일은 모습을 바꿔서 다시 일어나기 마련이다. 생명을 구하지 못한 나라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 그 일 또한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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