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릿하고 모호한 타의식
[그 흠결이란 것이 너무나도 미세해서 알아차릴 수도 없을 만큼, 그리하여 긴 세월을 조금 부서진 채로 견디다가 끝에 다다라서야 한계를 느낀 나머지 스스로의 모든 것을 점검해야 하는 정도의, 가느다란 결함.]
[결과는 세상을 지배하지만 원인은 미묘하고 때때로 보이지 않는다. 너무 많은 이해관계가 있고 내가 모르는 그늘에 대해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나는 실수할 것이다. 그 실수를 직면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나의 전부로 환원되는 순간에는 정신을 놓아버릴 것이다. 침묵은 회피와 외면을 위한 구실이 될 것이고 그로 인해 비난받는다면 나는 더욱 입을 다물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엔 일말의 사실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을 나도 알기 때문이다. 부끄러워할 것이다. 맨 뒷자리, 거의 모든 것의 최후선. 광장과 무대에 올라간 사람들을 나는 스크린 너머로 본다. 무언가를 했어야만 했는데 하지 못한 사람의 허망한 얼굴이 겹쳐 보인다. 매번 놓치고 늦었으며 통탄해하는 무능하고 무력한 사람의 얼굴.]
[걷는 나와 멈춰 앉아서 무언가를 들고 외치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은 언제나 항상 동시에 일어나고 함께 존재한다. 공존의 비참함이 나를 더욱 부끄럽게 한다.]
[방향을 잃으면 시간이 걸린다. 사람을 잃으면 마음이 걸린다. 하지만 해야 할 말을 잃으면 나는 무엇을 걸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것은 나를 아주 오래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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